AED

생명을 구하는힘
하트스타트

[김태영 필립스전자 대표이사]

 

정부는 지난 2008년 6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종합운동장, 지하철역,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 등에 심정지환자의 응급처치에 필요한 자동제세동기(AED,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는 급성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5%에 불과한 국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 급성 심정지 환자에게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과 더불어 자동제세동기로 응급처치를 하게 되면 생존율은 60~80%까지 올라간다.

 

반면 이런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할 경우 환자의 생존율은 매분마다 10%씩 낮아진다. 보통 응급구조인력이 급성 심정지 환자가 있는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4~5분이 소요되므로 사실상 현장에 자동제세동기가 비치되어 빨리 제세동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환자의 생사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관련법 개정 이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설에 자동제세동기가 비치된 것을 자주 볼 수 있게 된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자동제세동기 설치 장소를 점차 늘리고 있는 지금, 우리가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자동제세동기의 질적인 부분이다. 자동제세동기는 응급상황에서 사용하는 의료장비인 만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본연의 기능인 제세동을 수행해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장비인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제품의 결함 외에도 자동제세동기의 성능이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기도 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질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단순히 양적인 설치 확대에만 치중한다면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설치한 자동제세동기가 적시에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자동제세동기 설치를 계획하고 시행하는 정부 부처 및 시설관리 담당자들은 자동제세동기의 품질 안정성과 기술적 성능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할 것이다. 또 질적인 부분에는 자동제세동기 자체의 성능뿐만 아니라 설치 사실을 홍보하고 유지 관리하는 시스템과 사람들에게 사용법을 알려주는 교육 시스템의 측면도 포함된다.

시설관리자가 자동제세동기를 설치해 놓고도 그것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거나 응급환자 발생 시 자동제세동기를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경제적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진입했다. 하루 빨리 응급의료 기반 시설의 양과 질 역시 선진국에 걸맞은 수준으로 갖추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소를 잃지 않기 위해 외양간을 미리 고치기로 마음 먹었다면 그 외양간은 반드시 단단한 목재로 튼튼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 출처: 매일경제

* 게재일자: 2010-06-29 08:31:50